[공광규] 미안하다/공광규
페이지 정보
본문
미안하다/공광규
내 구둣발에 찍힌 거리들아
침을 뱉으며 지나온 동네와 도시들아
길에서 밟힌 풀잎들아
이유 없이 가지를 꺾인 나무들아
내가 자리를 옮긴 돌들아
내 이빨에 씹힌 고기와 채소와 과일들아
내 손에 털을 뽑히고 배가 갈린 닭들아
내 눈꼽과 오줌과 정액으로 더럽혀진 물들아
내가 서 있어 길목을 방해받았던 바람아
내가 미움과 적의를 품었던 사람들아
나와 너무 쉽게 스쳤던 육체와 성기들아
내가 넘봤던 여자의 남편들아
내 발길에 까닭 없이 채인 강아지들아
아무 잘못도 없이 내 발 밑에서 터져 죽은 벌레들아
내가 불경스럽게 대했던 경전(經典)들아
내 폭력에 떨었던 나보다 약한 것들아
폐지로 돌아간 내 시집 때문에 찍어 넘어간 나무들아
내 시로 더럽혀진 언어들아
내가 저지른 세상의 모든 상처들아.
내 구둣발에 찍힌 거리들아
침을 뱉으며 지나온 동네와 도시들아
길에서 밟힌 풀잎들아
이유 없이 가지를 꺾인 나무들아
내가 자리를 옮긴 돌들아
내 이빨에 씹힌 고기와 채소와 과일들아
내 손에 털을 뽑히고 배가 갈린 닭들아
내 눈꼽과 오줌과 정액으로 더럽혀진 물들아
내가 서 있어 길목을 방해받았던 바람아
내가 미움과 적의를 품었던 사람들아
나와 너무 쉽게 스쳤던 육체와 성기들아
내가 넘봤던 여자의 남편들아
내 발길에 까닭 없이 채인 강아지들아
아무 잘못도 없이 내 발 밑에서 터져 죽은 벌레들아
내가 불경스럽게 대했던 경전(經典)들아
내 폭력에 떨었던 나보다 약한 것들아
폐지로 돌아간 내 시집 때문에 찍어 넘어간 나무들아
내 시로 더럽혀진 언어들아
내가 저지른 세상의 모든 상처들아.
댓글목록
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.